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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유의 마을 이름과 지명의 어원

"속초, 양양, 강릉… 동해안 도시 이름들의 공통점은?"

by eco-wood-1 2025. 8. 11.

1. 동해안 도시 이름 속의 ‘지리적 상징’

속초, 양양, 강릉 — 이 세 도시의 이름은 단순히 행정구역을 구분하는 호칭이 아니라, 동해안의 자연환경과 역사적 배경이 깊게 스며든 지리적 상징이다. 속초(束草)는 ‘풀을 묶은 곳’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어로, 예로부터 바닷가와 인근 산지에서 채취한 풀과 해초를 모아 묶어 거래하던 항구 마을에서 비롯되었다는 해석이 있다.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해변 갈대밭과, 이를 묶어 생활에 활용하던 옛 주민들의 모습이 지명 속에 담긴 것이다. 양양(襄陽)은 ‘햇볕이 잘 드는 언덕’이라는 의미로, 동해를 향해 트인 지형과 해가 일찍 뜨는 지리적 특징을 반영한다. 강릉(江陵)은 ‘강을 따라 형성된 언덕 마을’을 뜻하며, 옛날에는 경포호와 주문진 앞바다를 연결하는 수로 주변이 번성했던 데서 유래했다. 이렇게 동해안 도시는 이름부터가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함축하고 있다.

"속초, 양양, 강릉… 동해안 도시 이름들의 공통점은?"

2. 고대에서 내려온 ‘행정과 군사적 역할’

세 도시의 이름은 단순한 자연 지리뿐 아니라, 고대의 행정과 군사 전략과도 깊이 연결된다. 속초는 조선시대 강원도 양양현의 속현(屬縣)으로, 본래 양양의 부속 지역이었기에 ‘속현의 초입’이라는 의미도 담겼다. 양양은 고려와 조선시대 동해안 북부의 중심 고을로, 해안 방어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특히 왜구의 침입이 잦았던 시절, 양양은 군사적 방어선을 형성하며 해안을 지키는 중요한 거점이었다. 강릉은 삼국시대 신라의 북동부 관문이었으며,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였다. 강릉이라는 이름 속 ‘릉(陵)’은 단순한 언덕이 아니라 방어와 관측에 유리한 전략적 요충지를 뜻하기도 했다. 즉, 이 도시들의 이름에는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닌, 수백 년간의 행정구역 변천과 방어 전략이 농축돼 있는 것이다.

 

3. 문화와 경제를 잇는 이름의 힘

속초, 양양, 강릉의 지명은 오늘날에도 지역 브랜드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속초는 청정 해양 관광과 설악산의 관문이라는 이미지로, 이름 자체가 ‘맑고 푸른 바다의 도시’를 상징하게 되었다. 양양은 ‘서핑의 성지’로 알려지면서도, ‘햇볕이 잘 드는 땅’이라는 이름 덕에 따뜻하고 여유로운 도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강릉은 커피거리, 경포대, 단오제 등 문화와 역사 관광이 결합된 도시로, ‘강을 따라 번성한 도시’라는 이름이 가진 풍요로움의 이미지를 잘 살려내고 있다. 결국 이 세 도시 이름의 공통점은 자연·역사·문화가 결합된 정체성을 담고 있다는 것이며, 이런 지명 유래를 알면 단순한 여행지 이상의 깊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동해안 도시들의 이름은 그 자체로 수백 년의 생활사와 지역 문화를 이어주는 역사적 다리라 할 수 있다.